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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야기

테니스와 기다림

by 임아톰 2019. 12. 19.

4학년 마지막 학기 테니스 과목을 수강하였다.

 

월요일 아침부터 땀을 빼고 나면 하루가 피곤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테니스를 치는 시간은 좋았다.

 

일주일 두세 시간 남짓한 시간이기 때문에 수업의 목표는 테니스 기술 중 포핸드 스트로크를 익히는 것이었다. 수업에 대한 평가도 포핸드 스트로크의 정확도와 자세를 평가하였다.

 

몇 주간 테니스 라켓, 테니스공과 친해진 후 포핸드 스트로크의 일련의 과정을 배웠다. - 준비 자세에서 왼발을 네트 쪽으로 옮기며 스텝을 밟고 백스윙을 한 후 공을 밀치듯이 치며 팔로우스루를 한다.

 

폼이 조금씩 나올 때쯤 되자 한 명씩 돌아가면서 레슨을 해주셨다. 사람이 많아 한 번 정도 레슨을 받으면 수업이 끝나곤 했다. 레슨을 하면 교수님이 하는 말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팔로우쓰루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누군가에게는 백스윙을 미리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의 경우는 기다려였다.

 

기다려라니. 강아지들 먹이 주기 전에 하는 말 아닌가. “어허 기다려

 

테니스공이 라켓에 제대로 맞으면 경쾌한 소리가 난다. 반면에 제대로 맞지 않으면 퍽 소리와 함께 공이 비실비실 나아가거나 이상한 곳으로 튄다. 공은 가끔 잘 맞기도 했지만, 또 잘 안 맞기도 했다. 교수님의 조언은 여전했다. “더 기다려나는 왜 기다리지를 못할까.

 

그렇게 시험 전 주가 됐다. 시험 전 마지막 주는 테스트를 준비할 겸 교수님이 넘겨준 7개의 공 중에서 5개 이상을 넘겨야만 집에 갈 수 있다. 5개를 못 넘기면 다시 맨 뒤로 가서 줄을 서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두 번 정도 줄을 다시 서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이 공을 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기다리면서 치고 있는 건가?’ 그제야 기다리는 사람과 기다리지 않는 사람의 차이가 보였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공한테 덤빈다. 테니스공에 다리가 반응해 앞으로 나아가고 막상 공이 왔을 때는 공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제대로 된 스윙을 못 하게 된다. 반면에 기다리는 사람은 공이 올 것을 안다는 듯이 기다린다. 여유 있고 안정된 스윙을 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내 차례가 됐다. 공이 온다. 이번엔 덤비지 않기로 한다. 스텝을 튼튼히 밟아서 상체가 흔들리지 않게 하고 백스윙을 한다. 그리고 공을 지켜본다.

 

기다린다.

 

지금이다. 팡하는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네트를 넘어갔다. 그 후 네 개의 공을 더 넘기고 짐을 챙겨 나왔다.

 

무언가 하나를 알아갔다는 뿌듯함을 가지고 집에 가며 문득 생각하게 됐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도 기다리는 것 아닐까.

 

테니스공에 덤비는 것이 능사가 아니듯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기다리는 거 아닐까.

 

저번에 공을 못 넘겼어도 괜찮다.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공은 다시 온다. 스텝은 나무처럼, 백스윙은 여유 있게 그리고 공을 지켜본다. 무게를 온전히 실어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을 넘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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